
주간졸림 수면장애, 피곤함?
하루 종일 눈이 반쯤 감겨 있는 날들
가끔은 이런 날이 있죠.
아침에 분명 7시간은 잔 것 같은데,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미 꾸벅꾸벅.
회의실만 들어가면
슬라이드 3장쯤 지나서부터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점심 먹고 나면
“10분만… 진짜 10분만…”
머릿속에서 낮잠 생각이 돌아다녀요.
그래서 스스로한테 이렇게 말하게 돼요.
- “요즘 다 이렇게 피곤하지 뭐.”
- “애 키우고, 일하고, 이 정도 졸린 건 당연한 거 아니야?”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살짝 무서워지기도 하거든요.
- 운전하다가, 신호 대기 중에 잠깐 눈이 감긴 적이 있다든지
- 회의 도중, 진짜 기억이 뚝 끊겼다가 다시 돌아온 느낌이 든다든지
- 카페인을 계속 올려도 버티는 느낌만 들지, 맑아지는 느낌은 없을 때
“이게 그냥 피곤한 건지,
아니면 ‘주간 졸림’이라는 수면장애 신호인지”
애매한 경계에 서 있는 거예요.
이번 수면 시리즈 편에서는 그 경계를 조금 현실적으로 나눠볼게요.
- 어디까지가 “요즘 좀 피곤하네” 수준인지
- 어디부터는 “수면 클리닉 한 번 가 보자” 쪽인지
- 집에서 체크해볼 수 있는 간단한 졸림 점수표(에프워스 스타일)
- 하루 루틴을 어떻게 바꾸면 도움이 되는지
이 네 가지를 중심으로,
조금 길게—but 최대한 사람 말투로—풀어볼게요.
몸 안에서는 무슨 일이? ‘주간졸림’이라는 신호
의학에서는 ‘과도한 주간 졸림(Excessive Daytime Sleepiness, EDS)’이라는 말을 써요.
쉽게 말하면,
“밤에 충분히 잤다고 생각하는데도
낮에 졸음이 계속 밀려오는 상태”
라고 보면 돼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예요.
- “밤에 얼마나 잤느냐”보다 “낮에 내가 얼마나 무너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 “피곤하다”와 “졸려서 버티기 힘들다”는 실제로는 다른 감각이다.
실제로 주간졸림을 평가할 때는
‘에프워스 졸림 척도(Epworth Sleepiness Scale)’ 같은 설문을 많이 써요.
여기서는 일상적인 상황 8개(운전, TV 볼 때 등)를 놓고
“여기서 졸 가능성이 얼마나 있나?”를 0~3점으로 매기고,
총점이 0~24점 사이에 나오게 되어 있어요.
여러 연구와 가이드라인에서는
대략 아래처럼 해석을 많이 합니다.
- 0~10점: 대체로 정상 범위
- 11점 이상: 과도한 주간 졸림 가능성 → 수면장애 평가가 필요할 수 있음
- 16점 이상: 꽤 심한 졸림 → 실제 수면장애(수면무호흡, 기면증 등) 동반 가능성이 커짐
당연히 점수 하나로 모든 걸 단정할 수는 없고,
“내 낮의 졸림이 일상생활을 얼마나 망치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에요.
이제, 이 졸림이 왜 생기는지 몸 안 이야기를 조금만 해볼게요.
주간 졸림을 만드는 대표 원인들
1) 진짜로 ‘수면 시간이 모자라서’ 생긴 졸림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자주 빼먹는 원인이에요.
- 평일 4~5시간 수면이 계속 반복되거나
- 잠드는 시간이 매일 들쭉날쭉하고
- 주말마다 “수면 빚”을 몰아서 갚는 패턴
이렇게 “수면 부족 + 뒤집힌 리듬”이 쌓이면,
그 자체만으로도 낮 졸림이 심해질 수 있어요.
특징은 이래요.
- 주말에 충분히 자면, 졸림이 확 줄어든다.
- 휴가 기간 동안에는 낮 졸림이 훨씬 덜하다.
- 기상 시간을 조금 규칙적으로만 만들어도
컨디션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느낌이 있다.
이 쪽이라면
생활 리듬 정리만으로도 상당 부분 좋아질 수 있어요.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요.
2) 수면무호흡·심한 코골이로 인한 ‘질 낮은 수면’
여기서부터는 조금 더 수면의학 쪽 얘기예요.
숨길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잠자는 동안 호흡이 반복해서 끊기는 것을
‘폐쇄성 수면무호흡(Obstructive Sleep Apnea)’라고 부르죠.
이 경우 특징은
- 주변에서 “코를 심하게 골고, 숨이 멈춘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 밤새 자는 것 같아도 자주 깨는 느낌, 아침 두통, 입마름이 있다.
- 낮에는 이유 없이 피곤하고, 특히 회의·운전·식사 후에 졸림이 심하다.
밤에 자는 총 시간은 길어도
산소가 떨어지고, 깊은 잠이 계속 깨지면서
“수면의 질”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거라,
당사자는 “나 잠은 많이 자는데 왜 이러지?”
이렇게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3) 기면증·과다수면증 같은 수면질환
조금 더 희귀하지만,
그냥 “잠이 많다”와는 결이 다른 질환이 기면증(narcolepsy)이에요.
기면증은
- 과도한 주간 졸림(EDS)이 거의 항상 있고
- 때로는 웃거나 감정이 격해질 때
갑자기 힘이 빠져 주저앉는 탈력발작(카타플렉시), - 잠들면서 혹은 깰 때
생생한 환각, 수면마비(가위)
같은 증상이 같이 오는 경우가 많아요.
또, 기면증이 아니더라도
특발성 과다수면(Idiopathic Hypersomnia)처럼
원인을 명확히 찾기 어려운 과도한 졸림 질환들도 있어요.
이 단계가 되면
“밤에 좀 덜 자서 그런가 봐요” 수준의 얘기가 아니라,
수면다원검사 + 주간 수면잠복기검사(MSLT) 같은 정식 검사가 필요해요.
4) 우울·불안, 약물, 다른 내과질환들
주간 졸림은 꼭 ‘수면 자체의 문제’로만 오는 건 아니에요.
- 우울증, 불안장애
- 갑상선 기능 저하, 빈혈, 심부전, 만성 간·신장 질환
- 일부 항히스타민제, 진통제,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 약물
이런 것들도 다 낮 졸림을 키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얼마나 자냐”만 물어봐서는 답이 잘 안 나오고,
현재 몸 상태·복용 중인 약·기분 상태까지 한 세트로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예요.
그냥 피곤한 날 vs 병원에 가야 하는 주간졸림
조금 정리를 해볼게요.
아래 표는 “이쪽이면 생활습관 쪽이 더 의심”,
“이쪽이면 수면/신경과 진료를 한 번 고려”
이런 느낌의 비교라고 보면 돼요.
(앞 칸의 □는, 본인이 해당되는 쪽에 표시해보라고 일부러 넣었어요.)
□ 주간졸림 자가 비교 표
| 체크 | 비교 항목 | 그냥 피곤한 날에 가까운 패턴 | 수면장애 의심 패턴 |
|---|---|---|---|
| □ | 졸림 기간 | 며칠~1주 정도, 특정 이벤트(야근, 프로젝트 마감)와 뚜렷이 연관 | 3개월 이상, 이유를 딱 집기 어려운데 계속됨 |
| □ | 수면 시간 | 최근에 명백히 줄어들었거나, 자는 시간이 크게 뒤집힌 상태 | 7시간 이상 자는데도 항상 졸림 |
| □ | 상황 | 지루한 회의, 긴 강의처럼 누구나 졸릴 수 있는 상황 위주 | 운전, 대화 중, 식사 중 등 ‘졸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자주 졸음 |
| □ | 회복력 | 주말에 푹 자면 그 주는 좀 괜찮은 편 | 주말·휴가 때 충분히 자도 크게 나아지지 않음 |
| □ | 동반 증상 | 그냥 피곤함, 약간의 두통 정도 | 심한 코골이, 숨 멈춤, 아침 두통, 우울감, 체중 변화, 기억력 저하 등 |
| □ | 일상 영향 | 일 끝나고 좀 지쳐서 늘어지는 정도 | 업무·학업 실수 증가, 사고 위험(졸음운전 등)까지 체감됨 |
위 표에서
오른쪽 칸에 체크가 많이 몰리기 시작하면,
“나 지금 몸이 ‘졸림’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구나.
이건 한 번쯤 전문의와 상의해도 되는 수준이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는 게 솔직히 더 안전해요.
집에서 해보는 ‘졸림 정도’ 셀프 체크 (에프워스 스타일 변형)
아래 체크리스트는 에프워스 졸림 척도(ESS)를
조금 일상 한국어로 풀어 쓴 버전이에요. 원래 설문도 0~3점으로 각 상황마다 “졸릴 가능성”을 매기고, 합계를 보는 원리예요.
각 문항마다, 옆에 있는 숫자 중 하나를 동그라미 치거나 적어보세요.
- 0점: 전혀 졸 것 같지 않다
- 1점: 가끔 졸 것 같다
- 2점: 꽤 자주 졸 것 같다
- 3점: 거의 항상, 높은 확률로 졸 것 같다
□ 주간 졸림 셀프 체크
- □ 조용한 곳에서 책이나 글을 읽고 있을 때
- 0 / 1 / 2 / 3 - □ TV나 동영상을 가만히 보고 있을 때
- 0 / 1 / 2 / 3 - □ 회의, 강의, 공연처럼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자리에서
- 0 / 1 / 2 / 3 - □ 차 안에서 승객으로 1시간 이상 앉아 이동할 때
- 0 / 1 / 2 / 3 - □ 점심 식사 후, 조용한 장소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때
- 0 / 1 / 2 / 3 - □ 누워서 쉬고 있을 때(잠자려고 눕지 않아도)
- 0 / 1 / 2 / 3 - □ 대화 중에 상대가 오래 이야기할 때
- 0 / 1 / 2 / 3 - □ 신호 대기·정체 중인 운전, 혹은 짧은 거리 대중교통에서
- 0 / 1 / 2 / 3
각 문항 점수를 모두 더해서
총점을 적어보세요.
- 총점: [ ] 점
대략적인 해석은 이렇게 많이 씁니다.
- ○ 0~10점: 많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범위
- ● 11~15점: 주간 졸림이 꽤 있는 편 → 생활습관 점검 + 수면의학적 평가 고려
- ■ 16점 이상: 일상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한 졸림 → 수면클리닉·신경과 상담을 적극 권장
물론, 점수 하나로 병을 진단할 수는 없어요.
다만
“내가 생각한 것보다,
실제 숫자로 보면 꽤 졸린 상태구나”
라는 기준점을 잡는 데는 꽤 도움이 되거든요.
언제 병원·수면클리닉을 꼭 생각해야 할까? (레드 플래그 체크리스트)
이번에는 조금 더 단호하게,
“여기에 해당되면 정말 상담 한번 받아보자” 수준의 체크리스트예요.
해당되는 곳에 □ 표시를 해보세요.
□ 병원 상담을 강하게 권하고 싶은 상황들
- □ 지난 3개월 이상, 거의 매일 낮 졸림 때문에 힘들다.
- □ 주 3회 이상,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의도치 않게 잠이 든 적이 있다.
- □ 졸음 때문에 업무·공부 실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 □ 운전 중 졸음 때문에 아찔했던 경험이 있다(신호 대기 중 잠깐 자거나, 차선을 물었거나).
- □ 7시간 이상 자는데도 늘 피곤하고, 낮에 눕기만 하면 바로 잠이 든다.
- □ 가족이 “코골이와 숨 멈추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 □ 웃거나 놀랐을 때,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무릎이 풀린 적이 있다(탈력 느낌).
- □ 잠들면서 혹은 깰 때, 환각·가위눌림이 자주 있다.
- □ 원인을 모르겠는 체중 변화, 우울감, 집중력 저하가 함께 생겼다.
- □ 이런 상황이 걱정되지만, “이 정도로 병원 가도 되나…” 싶어서 계속 미루고 있다.
위 항목 중 2~3개 이상,
특히 운전·안전과 연결된 항목에 체크가 된다면,
그때는 “피곤하니까 그러려니”보다,
나와 주변 사람 안전을 위해 진료를 한 번 보는 게 훨씬 이득이에요.
낮 졸림을 줄이기 위한 하루 루틴 예시 (아침 / 낮 / 저녁)
진단·치료와는 별개로,
생활 루틴만 바꿔도 체감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완벽하게 지키라는 의미는 아니고,
“이 중에서 1~2개만 먼저 해보자”에 가까운 제안이라고 보면 돼요.
아침 루틴
- □ 기상 시간을 주말 포함해서 최대한 일정하게 맞추기
- □ 일어나자마자 커튼 열고 밝은 빛 보기(10~20분)
- □ 가능하면 가벼운 스트레칭·산책으로 “이 시간은 깨어 있는 시간”이라고 몸에 알려주기
- □ 카페인은 기상 후 1~2시간 뒤부터, 너무 이른 시간에는 피하기
낮 루틴
- □ 카페인은 오후 늦게(보통 15~16시 이후)에는 끊는 걸 목표로 하기
- □ 졸려서 낮잠이 필요하다면 20~30분 이내로 제한하기
- □ 회의·강의처럼 졸리기 쉬운 시간에는
가능한 한 앞쪽에 앉거나, 필기를 하면서 몸을 살짝 움직이기 - □ 졸음이 몰려올 때 “버티기”만 하지 말고,
3~5분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물 마시고, 복도 한 바퀴 돌고 오기
저녁·밤 루틴
- □ 잠들기 2시간 전부터는 밝은 화면(휴대폰, TV)의 빛·자극 줄이기
- □ “잠이 안 와서” 술로 해결하려는 패턴은 최대한 피하기
- □ 잠자리에 누웠는데 20~30분 넘게 잠이 오지 않으면,
불 끄고 뒤척이는 것보다 잠깐 나와서 조용한 활동(책, 가벼운 정리 등)을 하고
졸리기 시작할 때 다시 눕기 - □ 침대를 “잠 + 휴식” 공간으로만 쓰려고 해보기(일·공부는 가능하면 다른 공간에서)
이것만으로 모든 주간졸림이 해결되지는 않지만,
수면의학적으로 “기본 베이스”라고 할 만한 것들이라,
나중에 병원에 가더라도
“이 정도는 이미 해보고 왔다”고 말할 수 있는 기반이 되거든요.
한 장 요약 + 꼭 기억했으면 하는 점
마지막으로, 이번 편을 한 번에 요약해볼게요.
- 주간졸림(EDS)은
“밤에 얼만큼 잤느냐”보다
“낮에 내가 어느 정도로 무너지고 있느냐”를 보는 개념이다. - ‘에프워스 졸림 점수’처럼
일상 상황에서의 졸림 정도를 0~3점으로 평가해서
총점이 11점 이상이면 수면의학적 평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구간,
16점 이상이면 상당히 심한 졸림으로 본다. - 원인은 단순 수면 부족부터
수면무호흡, 기면증·과다수면증, 우울·불안, 내과질환, 약물까지
생각보다 넓게 퍼져 있다. - “피곤한 날이 좀 많다”와
“졸음 때문에 일·공부·운전이 위험해지고 있다”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 특히 운전 중 졸음, 탈력 느낌, 가위눌림·환각, 심한 코골이와 함께 오는 졸림이라면
“이 정도로 병원 가도 되나?”가 아니라
“이 정도면 오히려 가주는 게 맞다” 쪽에 가깝다.
항상 강조하지만,
이 글은 어디까지나 “방향을 잡기 위한 지도”에 가까워요.
최종 진단, 검사는
반드시 실제 진료실에서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하고,
특히 약물 복용 여부나 운전 가능 여부처럼
안전과 직접 연결되는 판단은
전문의와 꼭 상의해 주세요.
다만 적어도,
“이건 그냥 내 의지·성격 문제겠지”라면서
혼자만 탓하는 밤은
조금 덜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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