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각저하, 뇌질환의 첫 경고등
■ ‘코막힘형’ vs ‘뇌형’ 후각저하 한눈에 보기
(※ 실제 표에서는 파란색 = 코/비염 쪽, 핑크색 = 뇌·신경 쪽 배경 두 가지만 사용합니다.)
| 구분 (색상) | 냄새 변화가 나타나는 패턴 | 같이 따라오는 증상·상황 | 어떤 쪽을 먼저 의심할까 |
|---|---|---|---|
| 코 질환형 후각저하 (파란색) | 감기·코막힘·비염 심해진 직후 냄새가 잘 안 남 | 콧물·코막힘·재채기, 한쪽/양쪽 코가 꽉 막힌 느낌 | 코 안 문제(비염, 축농증, 감기 등)를 먼저 본다 |
| 뇌·신경형 후각저하 (핑크색) | 특별한 감기 없이 몇 달~몇 년 사이에 서서히 냄새가 약해짐 | 냄새·맛이 전반적으로 밋밋, 변비·수면장애·미묘한 우울감 | 뇌·신경계(파킨슨, 치매 전 단계 등)도 같이 생각해본다 |
“요즘 음식이 다 밍밍해요”를 그냥 입맛 문제로 넘기지 말 것
이런 말,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지 않나요?
- “요즘은 고깃집 가도 그 ‘고소한 냄새’가 예전 같지가 않아.”
- “향수 바꿨냐고들 묻는데, 사실 난 잘 못 느끼겠어.”
- “맛이 싱거운 건지, 내가 둔해진 건지 모르겠어.”
보통은 나이 탓, 입맛 변화, 스트레스 정도로 생각해요.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고요.
근데 감기나 비염도 아니고,
“언제부턴가 서서히 냄새가 통 안 난다”는 느낌이 몇 달 이상 이어진다면,
이건 단순한 코 문제만은 아닐 수 있어요.
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후각저하(hyposmia) 혹은 거의 못 맡으면 후각소실(anosmia)이라고 부르고,
최근 10~20년 사이에 나온 연구들에서
- 파킨슨병의 아주 이른 신호이기도 하고
- 알츠하이머·치매 위험을 예고하는 표지일 수 있다는 데이터들이 쌓이고 있거든요.
코막힘형 vs 뇌형 후각저하, 이렇게 다르다
위에서 표로 먼저 보여줬지만,
조금 더 풀어서 정리해보면 이래요.
● 코 안에서 막혀 생기는 냄새 감소 (코 질환형)
대부분 우리가 익숙한 건 이 쪽이에요.
- 감기 심하게 앓고 난 뒤
- 알레르기 비염으로 코가 늘 부어 있을 때
- 축농증(부비동염)으로 콧물·농이 고여 있을 때
이럴 땐 공기가 후각 신경까지 잘 못 올라가서 냄새가 약해져요.
이 경우 특징은:
- □ 콧물·코막힘·재채기가 같이 있고
- □ 머리를 숙이거나 한쪽 코를 막아보면 냄새 강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 □ 감기나 염증이 좋아지면 몇 주 안에 냄새도 함께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
그래서 이 패턴은 보통
이비인후과에서 코 상태부터 보는 게 맞아요.
● 뇌·신경에서 오는 냄새 감소 (뇌형 후각저하)
문제는 감기도 아니고 코도 그럭저럭 괜찮은데,
- “예전부터 좋아하던 커피 향이 밋밋해졌다.”
- “고기 굽는 냄새, 김치 볶는 냄새가 다 비슷하다.”
- “가스 냄새, 탄 냄새도 예전처럼 확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몇 달~몇 년에 걸쳐 슬금슬금 떨어지는 패턴이에요.
특히 연구들에서는,
- 파킨슨병 환자의 약 80~90%가 어느 시점엔가 후각저하를 경험하고,
- 심지어 떨림·경직 같은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몇 년 전”부터
냄새가 떨어져 있었던 경우도 매우 많다고 보고해요.
또, 특발성(원인 모를) 후각저하가 있는 사람들을 여러 해 추적해 봤더니,
- 일반인보다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3~4배 높았고
- 일부 연구에서는 평생 PD가 될 확률이 최소 10% 이상이라는 결과도 있었어요.
즉, 코가 멀쩡해 보이는데
냄새만 유난히 떨어져 있다면,
이건 뇌 깊숙한 곳(후각망울, 변연계, 흑질 등)에
조용한 변화가 시작됐다는 “전조 시그널”일 수도 있다는 거죠.
후각저하와 파킨슨병·치매, 연구에서 본 관계
조금만 더 데이터 얘기를 해볼게요. (블로그니까 살살 풀어서!)
- 여러 메타분석과 코호트 연구를 모아 보면,
후각저하가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 비해
파킨슨병이 생길 위험이 약 3.8배 정도 높다는 분석이 있어요. - 또,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사람들을 보면
진단 시점부터 이미 70% 이상에서 후각저하가 확인됐고,
냄새를 더 못 맡는 쪽에서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더 높았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치매·알츠하이머 쪽도 비슷해요.
- 냄새를 잘 못 맡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모든 원인 치매 위험이 더 높고, - 특히 최근 연구들에서는
중년 이후에 진단된 후각소실이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진행될 위험을 유의하게 올린다는 데이터도 나왔어요.
물론,
후각이 나빠졌다고 해서
“꼭 파킨슨/치매가 온다”는 뜻은 절대 아니고,
감기·비염·알레르기·코 수술 후 변화 같은
더 흔한 원인들이 훨씬 많아요.
하지만 “코도 그럭저럭 괜찮고, 알레르기도 아닌데
몇 년 새 냄새가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라면,
이걸 그냥 “나이 들었나 보다” 하고만 넘기기에는
조금 아까운 신호라는 쪽으로
의학계 분위기가 많이 바뀐 상태예요.
나도 해당될까? 일상 후각 체크리스트
이제부터는,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적어볼게요.
해당되면 앞에 □ 안에 체크해 보세요.
● 최근 1~2년 사이, 이런 변화가 있었는지
- □ 예전에 좋아하던 커피·빵·고기 굽는 냄새가
“예전만큼 확 와닿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 □ 향수를 뿌려도 본인은 잘 모르겠고,
주변에서 “향 진하다/약하다”는 반응이 감이 잘 안 온다. - □ 가스 냄새, 타는 냄새, 상한 음식 냄새를
다른 사람보다 늦게 느끼는 편이다. - □ 감기나 비염이 특별히 심하지 않은데도
냄새가 전체적으로 흐릿해진 느낌이 오래 간다. - □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다”, “맛이 밋밋하다”는 말을
스스로 자주 하게 된다.
● 코 질환 쪽일 가능성이 높은 패턴
- □ 계절 바뀔 때마다 콧물·코막힘·재채기가 심하다.
- □ 한쪽 코가 특히 자주 막히고, 누우면 쪽이 바뀌기도 한다.
- □ 머리를 숙이면 얼굴이 뻐근하고, 이마·볼이 무거운 느낌이 난다.
- □ 비염·축농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거나,
비강 스프레이·알레르기 약을 자주 쓰고 있다.
이 쪽 체크가 많다면,
우선은 이비인후과에서 코 상태와 부비동을 확인하는 게 1단계예요.
● 뇌·신경 쪽을 같이 생각해볼 만한 패턴
- □ 감기·비염 없이도, 냄새 저하가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 □ 그 사이에 변비, 수면장애(렘수면행동장애, 하지불안, 과도한 낮 졸림), 미묘한 우울·불안이 같이 생겼다.
- □ 가족 중에 파킨슨병·치매(특히 루이체 치매, 파킨슨병 치매)가 있는 사람이 있다.
- □ 예전보다 손놀림이 미묘하게 둔해졌다거나, 글씨가 작아졌다는 얘기를 듣는다.
- □ 후각저하가 시작되고 나서, 몇 년 사이에 기억력·집중력도 같이 떨어진 느낌이 든다.
여기서 여러 개 겹친다면,
“코만” 보지 말고
신경과/치매 클리닉 + 수면클리닉 쪽 평가도
같이 가져가는 게 좋다
쪽에 가까워요.
병원에서는 어떻게 확인할까? – 후각검사와 뇌 평가
실제 진료에서는, 대략 이런 순서로 보게 돼요.
1. 이비인후과 진찰
- 비강 내시경으로 폴립(물혹), 비중격 휘어짐, 부비동염 등을 보고
- 필요하면 CT로 코·부비동 상태를 확인
2. 후각 검사(olfactory test)
- 한국판 후각 검사, Sniffin’ Sticks 같은 도구로
- 여러 냄새를 맡게 하고
- 정상 연령 대비 점수를 확인합니다.
3. 신경과·치매 클리닉 평가
- 파킨슨병 의심 시에는
떨림·경직·보행·자율신경 증상 등을 같이 보고, - 인지 기능이 걱정되면
간단한 인지검사(MMSE, MoCA 등)와
필요시 뇌 MRI, PET 등을 검토하게 돼요.
4. 다른 전조 증상 묶어서 보기
- 최근에는 후각저하 + 변비 + RBD + EDS 같은
“증상 조합”이 있을수록
파킨슨병으로 갈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도 있어서, - 의사 입장에선 냄새만 보지 않고
다른 비운동 증상까지 세트로 보는 추세예요.
오늘부터 할 수 있는 ‘후각 루틴’
무조건 검사를 받기 전에,
내 코와 뇌를 위해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것들도 적어볼게요.
○ 후각 일기 써 보기
- □ 일주일 동안 오늘 맡은 냄새 3가지를 적어본다.
(예: 아침 커피, 집 현관 냄새, 저녁 반찬 냄새) - □ “예전 기억 속 냄새”와 비교해서
강도가 얼마나 다른지 1~5점 등으로 표시해 본다. - □ 가족·지인에게 같은 냄새를 맡게 하고
“너는 어떻게 느껴?” 하고 비교해 본다.
해보면, “원래 다 이렇게 못 맡는 줄 알았다가
나만 유난히 약하네?”를 느끼는 경우가 꽤 있어요.
● 후각 훈련(olfactory training) 가볍게 시작
완치 치료는 아니지만,
후각 재활에 도움 될 수 있다고 해서 연구가 꽤 많은 방법이에요.
- □ 아침·저녁으로 4가지 냄새(예: 커피, 레몬, 계피, 비누)를
10초씩 천천히 맡으면서 “이건 뭐였다” 떠올려 보기 - □ 같은 냄새라도
“예전 기억(친구랑 카페, 엄마 요리 냄새)”를 같이 떠올리면서 맡기 - □ 최소 3개월 이상 꾸준히 해 볼 것
후각 신경이 완전히 죽은 상태라면 한계가 있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이런 후각 훈련이
일부 환자에서 점수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들도 있습니다.
언제는 꼭 병원에 가야 할까? – 빨간 신호 체크
마지막으로, 이 정도면
“검색 말고 진료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을 정리해볼게요.
- □ 감기·비염이 없어도 1년 이상 냄새 저하가 지속되고 있다.
- □ 그 사이에 변비, 수면장애(RBD, 하지불안, 과도한 낮 졸림), 미묘한 손 떨림 같은
다른 비운동 증상이 같이 생겼다. - □ 가스·탄 냄새를 거의 못 맡아서
실제로 위험한 상황을 겪을 뻔한 적이 있다. - □ 65세 이전인데, 후각소실 진단을 받았고
가족 중 치매·파킨슨병이 있어 마음이 계속 쓰인다. - □ 후각저하와 함께 기억력·집중력 저하가 눈에 띄게 동반된다.
여러 개가 겹친다면,
“나이 들면 냄새 떨어지는 거지 뭐”
로 스스로 위로하는 것보다는,
이비인후과 + 신경과/치매 클리닉을
한 번 묶어서 방문해 보는 쪽이
미래의 나를 위해 훨씬 안전한 선택이에요.
한 장 요약 + 이 글이 해주는 역할
- 후각저하/후각소실은
감기·비염 같은 코 문제 때문일 수도 있지만,
파킨슨병·치매·알츠하이머 등 뇌질환의 아주 이른 신호일 수도 있다. - 연구들에선, 후각저하가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파킨슨병 위험이 3~4배 높고,
일부에선 평생 PD 위험 최소 10% 이상이라는 데이터도 있다. - 치매·알츠하이머 쪽에서도
냄새를 잘 못 맡는 사람일수록
인지 기능 저하·치매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가 많이 나와 있다. - 그렇다고 후각저하 = 곧 파킨슨/치매라는 뜻은 아니고,
코 상태를 먼저 확인한 뒤, 필요하면 뇌·신경 평가를 같이 가는 “두 단계 접근”이 중요하다. - 이 글은 어디까지나 방향을 잡기 위한 정보이고,
실제 검사·진단·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서 정해야 한다.
“요즘 왜 이렇게 냄새가 안 나지?”라는 생각이
몇 달째 마음 구석에서 계속 걸렸다면,
그건 단순한 ‘입맛 변화’가 아니라
코와 뇌가 같이 보내고 있는 첫 경고등일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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