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킨슨병, 떨림만 병이 아니다? 비운동 증상(수면·변비·우울) 제대로 보기
“손만 안 떨리면 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요…”
“변비도, 잠도, 기분도… 이게 다 파킨슨병 때문일 수 있다니요?”
파킨슨병이라고 하면
대부분 떠올리는 건 딱 세 가지죠.
- 손 떨림
- 몸이 굳는 느낌
- 걷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
그런데 진료실에서 실제로 얘기를 나눠 보면,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해요.
“솔직히 떨림보다도…
변비, 잠, 기분 이 세 가지가 더 힘들어요.”
연구들을 보면
파킨슨병 환자들은 진단 초기부터
이미 한 가지 이상의 비운동 증상(Non-motor symptoms)을
거의 다 가지고 있다고 할 정도예요.
오늘 6편에서는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제일 많이 호소하는 세 가지,
- 변비
- 수면 문제
- 기분(우울·불안)
이 세 축을 중심으로
“도대체 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병원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집에서는 뭘 할 수 있는지”
차근차근 풀어볼게요.
1. 비운동 증상, 왜 이렇게 중요한가
파킨슨병은 늘
“운동질환” “운동증상” 이야기만 나오지만,
실제로는 비운동 증상이 삶의 질을 더 심하게 떨어뜨린다는 연구들이 꽤 많아요.
예를 들어,
- 변비 때문에 배가 늘 더부룩하고
- 밤마다 여러 번 깨서 깊게 잠을 못 자고
- 이유 없이 불안하고 의욕이 떨어지면
그날 하루 컨디션이 완전히 무너져 버리잖아요.
이 비운동 증상들은
- 파킨슨병이 뇌 한 곳만 망가져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 뇌줄기, 자율신경계, 장-뇌축까지
꽤 넓은 시스템들이 함께 영향을 받는 병이라는 걸
보여주는 얼굴이기도 해요.
그리고 더 중요한 포인트 하나.
비운동 증상은 “진단 훨씬 전부터”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변비, 후각 저하, 수면 이상, 기분 변화 같은 것들이
운동 증상보다 앞서 5~10년 전에 시작되는 경우도 보고돼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손 떨림이 시작된 이후의 일”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이전부터 쌓여 있던 비운동 증상들까지
같이 보는 흐름으로 가고 있어요.
2. 변비 – 그냥 나이 탓? 파킨슨병의 아주 흔한 얼굴
파킨슨병 환자에서 변비는
정말 흔하게 나오는 증상이에요.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절반 이상, 많게는 70~80%까지
변비를 경험한다는 보고도 있어요.
왜 이렇게 변비가 심해질까
간단하게 말하면,
- 장을 움직이게 도와주는 자율신경계가
파킨슨병 변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 장 운동이 느려지고
- 장벽 안의 신경세포들에서도
파킨슨병과 관련된 변화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여기에 더해서
- 운동량 감소
- 물·섬유질 섭취 부족
- 일부 약물(특정 파킨슨약, 수면제, 진통제 등)의 영향
같은 것들이 겹치면
“어느 순간부터 화장실이 너무 힘들어지는”
상황이 만들어지죠.
병원에서는 이렇게 본다
진료실에서는 보통
- 변이 며칠에 한 번 나오는지
- 변이 너무 딱딱하거나,
- 배가 자주 아픈지,
- 관장약·좌약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자세히 물어보고,
- 식이조절 (물·섬유질, 규칙적인 식사)
- 장운동 촉진제, 완하제 조정
- 필요 시 유산균·프리바이오틱스 등 보조
이렇게 단계적으로 맞춰 가요.
가끔은
“손 떨림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변비는 그냥 참고 살아야 하는 건 줄 알았다”
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파킨슨병에서 변비는 “부수적 불편함”이 아니라
관리해 줘야 하는 하나의 중요한 증상이에요.
3. 수면 – 잠이 안 오기도 하고, 자꾸 깨기도 하고
“밤에 한 번 눈 떴다가 다시 잠이 안 와요.”
“꿈이 너무 생생해서, 몸을 같이 움직이는 느낌이에요.”
파킨슨병에서 수면 문제는 정말 다양해요.
- 잠이 잘 안 드는 “입면 장애”
- 자주 깨고 얕게 자는 “수면 유지 장애”
- 코골이·수면무호흡, 주간 졸림
- 꿈 속 행동을 실제로 따라 하는
“REM 수면행동장애(꿈 연기 증상)” 등
이런 것들이 섞여 있으면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이미 피곤이 쌓여 있어요.
그러면 낮에는 또 졸리고,
낮잠을 많이 자면 밤잠이 깨고…
이 악순환이 계속되죠.
수면 문제, 왜 생기는 걸까
- 파킨슨병이 뇌줄기, 수면-각성 조절 회로,
호흡과 관련된 신경망까지 영향을 주고,
- 도파민 약을 포함한 여러 약물들이
각성도·수면 구조에 영향을 주면서
여러 가지 수면 문제가 섞여서 나타나는 걸로 이해되고 있어요.
병원에서 보통 어떻게 접근하나
- 수면 일기(몇 시에 자고 깨는지) 확인
- 코골이·무호흡 의심되면 수면다원검사 고려
- 약 복용 시간·종류 조정
- 카페인, 낮잠 패턴, 운동 시간대 같이
“수면 위생”도 같이 손보기
이런 식으로 하나씩 건드려 보면서
“잠을 제대로 자는 날”을 늘려가는 쪽이에요.
4. 기분 – 우울·불안, 성격 문제로만 보면 억울하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은 별일 아닌 일에도 눈물이 나요.”
“괜히 불안하고, 내가 짐이 된 것 같고…”
파킨슨병에서 우울·불안은
생각보다 훨씬 흔해요.
어떤 연구에서는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불안장애 수준의 증상을 겪는다고 보고하기도 했어요.
이게 단순히
- 병이 생겨서 “마음이 힘들어서” 생기는 반응
만은 아니고,
-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기분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이
파킨슨병 과정에서 같이 영향을 받으면서
‘뇌 회로’ 차원에서 생기는 변화도 함께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우울·불안을 그냥
“마음이 약해서 그래요”라고 말하면
진짜 억울한 거죠.
병원에서는 이런 것들을 본다
- 우울·불안 평가 설문
- 최근 생활 변화, 스트레스 요인
- 복용 약물(일부 약이 기분에 영향을 줄 수 있음)
이걸 바탕으로
- 항우울제, 항불안제 중
파킨슨 환자에게 비교적 안전한 약 선택
- 인지행동치료(CBT) 같은 심리치료 연계
- 운동 프로그램과 같이 묶어서
“몸과 마음”을 함께 다루는 전략
이렇게 입체적으로 접근하는 연구·가이드가 늘고 있어요.
5. 집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루틴들
“그래서 집에서는 뭘 하면 좋을까요?”
이 질문이 제일 현실적이죠.
완벽한 정답은 아니지만,
진료실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비운동 증상 루틴 예시”를 정리해 보면 대략 이런 느낌이에요.
1) 변비 쪽 루틴
- 물: 하루 1.5~2L 범위에서,
아침·점심·저녁으로 나눠 조금씩 꾸준히
- 식이섬유: 채소·과일·통곡류를
매끼 한두 줌 이상 챙겨 보기
- 일정한 화장실 시간:
아침 식사 후 10~15분 정도는
“화장실 전용 시간”으로 비워두기
- 움직임: 가능하면 하루에
20~30분 이상 걷기나 가벼운 실내운동
2) 수면 쪽 루틴
- 기상·취침 시간을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
- 늦은 오후 이후에는 카페인 줄이기
- 낮잠은 20~30분 이내, 해 지기 전까지만
- 가능하면 오전·이른 오후에 가벼운 운동 배치
- 잠자리는 “휴대폰·TV 보는 곳”이 아니라
“자는 곳”이라는 신호를 몸에 다시 학습시키기
3) 기분 쪽 루틴
-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컨디션이 어땠는지”를 짧게 메모로 남기기
- 너무 힘든 날에는
“오늘은 그냥 이 정도만 했다”라고
스스로 기준을 낮춰주는 연습
- 사람을 만나는 게 부담되면,
문자·전화·온라인 모임처럼
작은 연결부터 유지해 보기
물론, 이 모든 걸
혼자 다 지키라는 뜻은 아니고,
“이 중에 나한테 바로 해볼 수 있는 것
한두 개만 골라서 시작해 본다”
정도면 충분해요.
6. 정리 – 비운동 증상을 말해도 되는 사람
오늘 이야기의 핵심만 다시 모아 보면,
- 파킨슨병은 운동 증상만의 병이 아니라
변비, 수면 문제, 우울·불안 같은
비운동 증상이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하는 병이다.
- 변비·수면·기분 문제는
“나이 탓, 성격 탓”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파킨슨병의 일부로 보고 다뤄야 하는 것이다.
- 병원에서는 약·생활습관·운동·심리치료를
섞어서 “나만의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 집에서는 완벽하게가 아니라
“하나라도 더 편해지는 방향으로”
작은 루틴을 붙여 보는 게 중요하다.
혹시 진료실에서
“손 떨림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느낌 때문에
변비, 잠, 기분 이야기를 못 꺼냈다면,
다음 진료 때는
딱 두 가지만 정해 가도 좋아요.
“선생님, 요즘은 변비랑 잠 때문에
일상이 더 힘든 느낌이에요.”
이 한마디가
치료 방향을 꽤 많이 바꿔 줄 때가 있거든요.
그리고 이 글은 어디까지나
방향을 잡기 위한 정보일 뿐이고,
최종 진단·치료 결정은
꼭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서
나에게 맞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
앞 편들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다시 한 번 붙여 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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