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킨슨병 수술치료, 언제 고려할까
“이제는 약으로는 한계라면서 수술을 얘기하던데요…”
“뇌에 전극 넣는다는 말만 들어도 너무 무서워요.”
파킨슨병이 어느 정도 지나면
진료실에서 한 번쯤은 꼭 등장하는 말이 있어요.
“약은 최대한 써봤고요,
이제는 수술·장치 치료를 같이 고민해볼 때입니다.”
이 말 한마디가 진짜 크게 들리거든요.
‘이제 마지막 단계인가?’ 싶은 마음도 들고요.
근데 실제 가이드라인과 연구들을 차분히 보면, 수술은
“이제 다 끝나가서” 하는 게 아니라,
- 약이 들 때와 안 들 때의 차이가 너무 심해지고
- 이상운동증(몸이 꼬이고 튀는 움직임)이 너무 힘들어질 때
- 그래도 레보도파를 먹으면 분명히 좋아지는 반응은 남아 있을 때
그 사이 지점에서 “삶의 질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고려하는 옵션에 가까워요.
오늘 7편에서는
파킨슨병에서 많이 이야기되는 수술·장치 치료 세 가지,
- 뇌심부자극술(DBS)
- 장내 레보도파 겔 펌프(LCIG)
- 아포모르핀 피하 주입 펌프(CSAI)
이걸 “전문의 설명 + 환자·가족 입장” 두 가지 시선으로
한 번에 정리해 볼게요.
1. 수술치료가 등장하는 시점 – “약이 안 듣기 시작했다”의 진짜 의미
파킨슨병 초반에는
레보도파만 잘 맞아도 일상생활이 꽤 잘 유지돼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점점 이런 패턴이 늘어요.
- 약 먹고 1~2시간은 “거의 정상처럼” 괜찮다가
- 약 기운 빠지면 갑자기 몸이 얼어붙고
- 또 어떤 때는 약이 너무 세게 들어서
몸이 꼬이듯이 흔들리고, 자세 잡기도 힘들고
이걸 운동 합병증(오프 상태, 이상운동증)이라고 부르고,
이 시기가 길어질수록 “하루 중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요.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런 경우에
- 약 조절(용량 쪼개기, 다른 약 추가)을 충분히 해봤는데도
- 여전히 조절 안 되는 오프 시간과 이상운동증이 심하다면
“장치 치료(Device-aided therapy)”를 고민해보라고 권고해요.
정리하면,
“완전히 약이 안 듣는 상태”가 아니라,
“약을 먹으면 좋아지긴 하는데, 그 사이의 롤러코스터가 너무 심해졌다”
이때가 수술·펌프 치료를 진지하게 꺼내볼 타이밍이에요.
2. 뇌심부자극술(DBS) – 전극으로 뇌 회로의 ‘노이즈’를 줄여주는 치료
이름부터 너무 무섭죠. “뇌심부자극술”이라니요.
실제 구조를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 뇌 깊숙한 운동 조절 부위(STN, GPi 등)에
얇은 전극(전선)을 양쪽으로 심고
- 가슴 쪽 피부 아래에 심박조율기 비슷한 배터리(자극기)를 넣어서
- 미세한 전기 자극으로 “과도하게 흥분된 회로를 눌러주는” 치료예요.
랜덤하게 막 자극하는 게 아니라,
수술 전–중–후에 뇌 MRI, CT, 특수 좌표계 등을 이용해서
딱 정해진 작은 영역을 노리는 방식이고,
이미 20~30년 넘게 전 세계에서 쓰여 온 방법이에요.
연구와 가이드라인을 보면, DBS는
- 운동 기능을 개선하고
- 오프 시간을 줄이고
- 레보도파 유발 이상운동증을 줄이고
- 전반적인 삶의 질(QoL)을 올리는 효과가
잘 정리돼 있어요.
물론 “약 없이 살게 해준다” 수준은 아니고,
“약에만 의존하던 상태보다 전체적인 컨디션을 위로 끌어올린다”
이 쪽이 더 현실에 가까워요.
3. 누가 DBS 대상이 되기 쉬운가 – 아주 대략적인 그림
병원마다·나라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여러 가이드와 리뷰를 섞어보면 공통된 큰 줄기는 비슷해요.
1) 파킨슨병 진단이 명확해야 한다
- “파킨슨병처럼 보이긴 하는데,
혹시 다른 파킨슨증후군(MSA, PSP 등)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면 DBS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서 주의해요.
- 그래서 보통 레보도파 반응이 30% 이상 있는지 테스트해서
진단과 DBS 반응 가능성을 같이 보기도 해요.
2) 약에 대한 반응은 있는데, 조절이 안 되는 합병증이 있을 때
- 레보도파를 먹으면 분명히 좋아지는데
- 오프 시간과 이상운동증이 너무 심해서
하루가 “좋을 때·최악일 때”로 갈라지는 경우
이런 분들이 DBS 대상이 되기 쉽고,
“애초에 레보도파를 먹어도 별로 안 좋아지는” 경우라면
DBS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어요.
3) 인지기능·정신상태가 크게 떨어져 있지 않아야
- 진행된 치매, 심한 우울·환시·망상 등이 있는 경우에는
DBS 이후에 더 악화될 수 있어서
아주 조심해서 판단하거나 피하기도 해요.
4) 나이는 ‘절대 기준’보다는 ‘위험도 참고값’
- 많은 센터에서 70~75세 미만일 때
비교적 안전하게 수술을 고려하는 편이고,
- 그 이상이어도 전신 상태가 좋고,
인지·정신상태가 괜찮다면
개별적으로 검토하는 경우들도 있어요.
즉,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수술”도 아니고,
“극소수만 하는 마지막 수단”도 아니고,
조건이 맞는 사람에게는 꽤 강력한 옵션
정도라고 보는 게 좀 더 현실에 가깝습니다.
4. DBS, 솔직히 어느 정도 좋아지나? (기대와 한계 구분하기)
연구·임상 경험들을 섞어보면, 잘 선택된 환자에서 DBS는 대략
- 오프 시간 감소
- 떨림, 경직, 서동 개선
- 레보도파 유발 이상운동증 감소
- 전반적인 삶의 질(QoL) 향상
이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정리돼요.
하지만 “모든 증상”이 다 좋아지는 건 아니고,
- 이미 많이 진행된 자세 불안정, 보행 동결(freezing)
- 진행된 치매·심한 인지 저하
- 발음·목소리, 삼킴 문제 등
이런 것들은 수술 후에도
그대로 남거나, 나중 단계에서는 다시 악화될 수 있어요.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DBS가 비운동 증상에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것.
- 일부 연구에서 수술 후 수면, 통증, 일부 자율신경 증상이
좋아졌다는 보고도 있고,
- 반대로 어떤 비운동 증상은 크게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조절이 더 어려운 케이스도 있어서
“비운동 증상만 보고 DBS를 결정하진 않는다”는 쪽이 현재 분위기예요.
요약하면,
DBS의 1차 목표는 여전히 운동 증상과 약 관련 합병증이고,
비운동 증상 개선은 “덤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 정도로
생각하는 게 가장 안전한 기대치에요.
5. 펌프치료 1 – 장내 레보도파 겔(LCIG): 약을 계속 흘려보내는 방식
DBS가 “전기 자극”이라면,
LCIG(레보도파-카비도파 장내 겔)은 “주입 방식의 약”이에요.
구조는 대략 이런 느낌입니다.
- 배에 작은 구멍(PEG)을 뚫고
- 소장에 들어가는 튜브를 넣은 뒤
- 밖에서 들고 다니는 펌프를 통해
레보도파 겔을 하루 종일 일정 속도로 흘려보내는 방식
입으로 약을 먹으면
- 흡수도 들쭉날쭉하고
- 위장 상태, 식사와의 간격에 따라 들쑥날쑥한데,
장내 겔은 “최대한 일정하게 약을 공급한다”는 게 핵심이에요.
연구들을 보면 LCIG는
- 오프 시간 감소
- 이상운동증 감소
- 삶의 질 개선
에서 DBS와 비슷하게 “장치 치료”로 분류되고,
특히 수술(뇌수술) 부담이 큰 경우에
대안으로 많이 이야기돼요.
물론,
- 배에 튜브를 달고 살아야 하고
- 펌프 관리, 감염 위험, 튜브 문제(막힘·이탈) 같은
“현실적인 번거로움”이 있어서
- 이 부분을 감수할 수 있는지 같이 고민해야 합니다.
6. 펌프치료 2 – 아포모르핀 피하 주입(CSAI): 피부 아래로 계속 공급
두 번째 펌프치료는 아포모르핀 피하 주입(CSAI)이에요.
- 인슐린 펌프처럼
피부 아래로 도파민 작용제를 계속 주입하는 방식이고,
- 역시 목표는 오프 시간과 이상운동증을 줄이고, 약의 롤러코스터를 완화하는 데 있어요.
장내 겔과 비교하면,
- 뇌수술은 아니고,
- 장에 관을 넣는 것도 아니고,
- 대신 매일 피하 바늘·카테터를 관리해야 하는 스타일
이라서,
“몸에 관을 넣는 건 너무 부담스럽다”는 분들이
상담 테이블에서 같이 비교하는 옵션 중 하나예요.
7. DBS vs LCIG vs CSAI – 아주 거친 비교 정리
디테일은 병원에서 훨씬 더 깊게 들어가겠지만,
독자 입장에서 각 치료를 “한 줄 감각”으로 정리해보면 대략 이래요.
- DBS(뇌심부자극술)
· 장점: 한 번 수술 후 장기간 효과, 약 용량 줄이기 유리, 떨림·이상운동증에 매우 강함
· 단점: 뇌수술 자체에 대한 부담, 전극·배터리 교체 필요, 인지·정신상태에 따라 대상 제한
- LCIG(장내 레보도파 겔 펌프)
· 장점: 뇌를 건드리지 않고, 약을 “매우 일정하게” 공급 가능
· 단점: 배에 튜브와 펌프를 달고 지내야 함, 장관·피부 감염·튜브 문제 가능
- CSAI(아포모르핀 피하 주입 펌프)
· 장점: 전신 마취 큰 수술 없이 시작 가능, 조정 유연
· 단점: 피부 자극, 매일 바늘·카테터 관리, 일부에서 구역·저혈압 등 부작용
그리고 세 방법 모두,
“완치”가 아니라 약·운동과 함께 가는 장기 전략의 일부라는 점은 같아요.
8. 수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 – 스스로에게 던져볼 질문들
파킨슨병 환자·가족이 진료실 들어가기 전에,
핸드폰 메모에 이런 질문 몇 개만 써가도
상담의 깊이가 확 달라져요.
- 요즘 하루 중 “괜찮은 시간”이 몇 시간 정도인지
- 약 먹고 좋아지는 시간과,
약 기운이 뚝 떨어지는 시간이 너무 극단적인지
- 이상운동증 때문에
“외출·식사·모임이 점점 두려워지고 있는지”
- 약 조절을 많이 해봤는데도
여전히 오프 시간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는 게 많은지
- 인지기능·정신상태에 대한 걱정은 어느 정도인지
이런 것들을 가지고
“지금이 수술·펌프를 상의해볼 타이밍인지”를
담당 신경과·뇌신경외과와 같이 짚어 보는 거예요.
“수술을 할지 말지”를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라,
“수술을 화제로 꺼낼 만큼 상황이 된 건지”부터
의료진과 함께 확인해보는 느낌에 더 가까워요.
9. 미래 치료 한 스푼 – AI 기반 적응형 DBS와 ‘초음파 헬멧’ 이야기
요즘 뉴스·논문을 보면
DBS도 점점 더 “똑똑해지는 중”이에요.
- 뇌파 변화를 실시간으로 읽어서
증상이 심해질 때만 강하게 자극을 주는
적응형(adaptive) DBS가
초기 연구·임상시험에서
기존 DBS보다 운동증상 조절과 부작용 감소에 좋다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고,
- 아예 수술 없이,
MRI 안에서 쓰는 정밀 초음파 ‘헬멧’으로
특정 뇌 부위를 콕 집어 자극하는
비침습 치료 기술도 개발 중이에요.
아직은 연구 단계라
지금 당장 선택지라고 보긴 어렵지만,
“파킨슨병 수술 = 평생 고정된 자극만 받는 시대”에서
“상황에 따라 똑똑하게 반응하는 자극 + 수술 안 하는 자극” 쪽으로
천천히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
이 정도의 느낌은 가져가도 좋을 것 같아요.
10. 정리 – 수술은 ‘마지막 수단’이 아니라, 또 하나의 도구
오늘 내용만 다시 한 번 모아보면,
- 수술·펌프 치료는 “이제 끝 단계라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기보다,
약만으로는 조절이 안 되는 운동 합병증을 줄이고
남아 있는 좋은 시간을 늘리기 위한 도구에 가깝다.
- 뇌심부자극술(DBS), 장내 레보도파 겔(LCIG),
아포모르핀 피하 펌프(CSAI)는
각각 장단점이 다르고,
나이·인지상태·동반질환·생활패턴에 따라
“누가 어떤 치료에 더 맞을지”가 달라진다.
- 수술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혼자서 결론 내리기보다는,
지금 내 하루를 제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리해서
“이 상황에서 수술·펌프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라고
의료진에게 던져보는 게 더 건강한 접근이다.
그리고 이 글은 어디까지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설명일 뿐이고,
최종적인 수술 여부·치료 방법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서
개인 상황에 맞춰야 한다는 것,
앞 편들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한 번 더 붙여 둘게요.
파킨슨병 수술치료, 언제 고려할까
파킨슨병 수술치료, 언제 고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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